[리뷰] 맡는 의사마다 미치거나 자살하는 『그 환자』
[리뷰] 맡는 의사마다 미치거나 자살하는 『그 환자』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9.2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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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엘리트 정신과 의사 파커는 시골 병원에 부임한 첫날 가장 난해하고 위험한 케이스의 환자를 알게 된다. 여섯 살에 처음 입원한 후 진단 불명 상태로 30년간 수용돼 있는 환자. 그를 치료하려 했던 모든 의료진이 미치거나 자살했고, 그와 같은 병실을 쓰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파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환자를 치료하기로 하는데, 의외로 환자는 굉장히 정상으로 보인다.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환자 앞에서 파커는 갈등한다. 지난 30년 동안 병원장이 환자 부모의 돈을 뜯어냈다는 환자의 주장을 믿기까지 한다. 파커는 결국 환자의 탈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행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환자가 단순한 정신병 환자 이상의 무언가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소설은 미스터리 스릴러와 호러의 장르적 특징이 섞여 있다. 일반적인 미스터리 스릴러의 주인공이 그렇듯, 파커는 끊임없이 의심의 대상을 바꾼다. 처음에는 환자를, 다음에는 병원장을, 그다음에는 환자의 부모를, 그다음에는 환자에 들러붙은 인간이 아닌 존재를 의심한다. 독자는 파커가 의심의 대상을 바꿀 때마다 당혹하고 집중한다. 비록 그러한 의심이 엘리트 정신과 의사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합리적이라거나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시종일관 펼쳐내는 악몽보다 더 자극적인 장면들은 호러 장르의 표본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이 소설이 자극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극단적인 대비 때문이다. 온통 흰색으로 칠해진 정신병원에서 고름과 배설물이 섞인 유혈이 낭자한다. 굉장히 평범하게 생긴 환자는 피해자인 듯 보이다가, 어느 순간 포크로 칠판을 긁는 듯한 비웃음을 쏟아내고, 사이코패스가 됐다가, 그것을 넘어서는 존재로 변모한다. 비록 앞에 쌓아놓은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들어버리는 결말부의 황당한 급전개는 아쉽지만, 독자는 그러한 결말부를 맞이하기 전까지 책을 빠르게 읽게 될 것이다.       

『그 환자』
재스퍼 트윗 지음│서은원 옮김│시월이일 펴냄│280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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