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맨발의 청춘·친구·리틀 포레스트’
[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맨발의 청춘·친구·리틀 포레스트’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9.27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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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예술의 단골 주제 중 하나는 바로 ‘고통’입니다. 예술은 언제나 인간의 고통을 자양분으로 합니다. 영화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늘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으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말하자면 영화를 본다는 것은 누군가의 고통을 마주한다는 말과 상통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청춘의 고통과 실패 그리고 성장을 다룬 영화를 ‘청춘영화’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 청춘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시기는 바로 1960년대입니다. 영화연구자 이길성은 「청춘영화·청춘문화·신성일의 시대」(『한국영화 100년 100경』)라는 글에서 “1964년에 개봉한 <맨발의 청춘>의 인기는 청춘영화의 위치를 공고하게 만들었다”며 “이미 이전부터 한국영화에도 젊은 세대를 그린 작품들이 제작되고 있었지만 하나의 장르이자 문화 현상으로서 ‘청춘영화’가 성립된 데는 스타 신성일의 역할이 컸다”고 말합니다.

김기덕 감독, <맨발의 청춘> 스틸컷

저자의 논의처럼 신성일의 등장은 청춘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유현목 감독의 <아낌없이 주련다>(1962)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성일은 특유의 강렬하면서도 멋스러운 분위기로 당시 청춘의 상징과도 같은 배우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젊은 세대의 욕구 불만과 자기실현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표현한 그는 김기덕 감독의 <맨발의 청춘>(1964)에서 길거리 깡패인 ‘서두수’역을 맡아 배우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합니다.

<맨발의 청춘>은 폭력배 서두수와 부잣집 딸 ‘요안나’(엄앵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영화입니다. 저자는 “계급 차이의 장벽 앞에서 죽음도 불사하며 순수한 사랑을 지키려는 젊은 연인의 이야기는 공전의 히트를 했고 신성일과 엄앵란 커플의 인기는 최고 정점에 올랐다. 이후 두 사람이 결혼하면서 엄앵란은 배우 일선에서 잠시 물러났지만 신성일은 문희, 남정임, 윤정희를 상대역으로 맞이하며 1960년대 최고의 청춘스타로 군림했다”고 설명합니다.

문여송 감독, <진짜 진짜 잊지마> 스틸컷

청춘영화의 명맥은 1970년대 ‘하이틴영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60년대 청춘영화를 상징하는 배우가 신성일이었다면 임예진은 70년대 하이틴영화를 대표하는 배우였습니다. 그리고 문여송 감독이 연출하고 임예진과 이덕화가 출연한 <진짜 진짜 잊지마>(1976)는 하이틴영화의 대표작으로 늘 거론됩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청소년과 하이틴영화」(『한국영화 100년 100경』)라는 글에서 “임예진과 이덕화를 하나의 커플로 설정한 다음 남학생과 여학생에게 각자의 판타지를 제공한 <진짜 진짜 잊지마>는 ‘진짜 진짜’ 제목을 지닌 (하지만 서사적으로 서로 연관이 없는) 3편의 영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이 붐에 편승해 석래명 감독은 이승현, 진유영, 강주희 세명의 트리오를 내세운 <고교 얄개>(1976)을 만들었고 작은 성공을 거둔 다음 <얄개행진곡>(1977)과 <여고 얄개>(1977)로 그 뒤를 이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또한 이 붐에 뒤늦게 다시 편승한 김응천 감독은 <첫눈이 내릴 때>(1977)를 임예진과 이덕화 주연으로 만들었지만 ‘진짜 진짜’의 성공을 재현하지는 못했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논의처럼 하이틴영화의 붐이 꺼지고 청춘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영화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1989년에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이후 90년대로 넘어가서는 이른바 하이틴 공포영화인 <여고괴담> 시리즈가 청춘영화의 맥을 잇게 됩니다.

곽경택 감독, <친구> 스틸컷

2000년대에는 네 친구의 우정과 파멸을 그린 곽경택 감독의 <친구>(2001)가 800만명이 넘는 관객수를 동원하며 청춘영화의 부활을 알렸습니다. <친구>는 흔히 조폭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청춘영화의 계보 안에서 논의할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흥행은 물론 언론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으며 장동건이라는 걸출한 스타 배우를 배출했습니다. <친구>는 그해 한국영화 흥행 순위 1위를 기록, “친구 아이가” “내가 니 시다바리가” 등의 불후의 명대사를 남기며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윤성현 감독, 영화 <파수꾼> 스틸컷

2010년대 개봉작 중에는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2011)이 대표적인 청춘영화로 거론됩니다. 이 영화는 남자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친구들 간의 미묘한 갈등과 파국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이제훈, 박정민 등의 배우들이 이 영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2020)을 통해 다시 한번 청춘의 불안과 방황을 암울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담아냈습니다.

시대극이지만 이준익 감독의 <동주>(2016)는 시인 윤동주와 그의 사촌인 송몽규를 통해 비극의 역사가 청춘의 꿈을 얼마나 무참하게 짓밟을 수 있는지 영화적으로 훌륭하게 형상화했습니다. 비교적 최근 작품으로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과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2018)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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