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한 변윤제 시인의 첫 시집이다. 발랄한 상상력과 시적 활기를 가졌다는 평을 듣던 그가 지난 2년 간 쓴 작품들이 담겼다. 자기 자신에게 골몰하기보다 그들,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눈길을 끄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나 자신’ 역시도 다시 돌아볼 수 있음을 상기해준다. 시인 스스로 “다시는 이렇게 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면에서 수공예품처럼 헌신을 다한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은 단지 독자들의 인생에 쉼표가 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변윤제 지음 |

우리 모두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책은 교육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저자는 모든 것에 능통한 슈퍼맨 같은 선생님이 아니다. 여느 교사처럼 학생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리기도 한다. 헌신적인 교육과 그로 인한 희망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교사들이 좋은 환경에서 교육에 집중하고, 지식만을 주입하는 교육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사와 학생 모두

눈길을 끄는 과학도서는 매주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자이자 세계적인 과학저술가인 도킨스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한 독자는 한 둘이 아닐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가 그동안 집필해온 옴니버스를 한데 모았다. 세계적인 과학자들의 대화를 시작으로 진화론, 과학철학, 종교를 아우르는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그리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들은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풍성하게 채워준다. 책을 읽다 보면 쉬운 말로 편히 읽게 하려는 저자의 의도를 곳곳에서 볼 수 있

'식집사'라는 새로운 용어가 최근 유행하고 있다. 이는 ‘반려식물’을 돌보는 것이 MZ세대에서 대세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년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식물 양육이 후대로 퍼지면서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양육하는 사람에게 붙여졌던 ‘집사’가 식물에 더해진 것이다. 책 『타샤의 정원』은 이런 흐름에 힘입어 일러스트 커버판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코티지 가든 에디션으로 출간됐다. 30만 평 대지에 타샤가 직접 일군 갖가지 식물들이, 넘치는 생명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사진으로 펼쳐져 있다. 즉, 이 책은 타샤의 정원에 발을

흔히 SF라고 하면 우주 개발이나 최첨단 과학기술, 외계인 같은 낯설고 머나먼 미래의 무언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스가 히로에의 SF는 과거로 시선을 돌린다. 책은 인공지능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오래된 예술품들을 복원하고 옛사람들을 이해하고자 애쓰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예술을 과학으로 분석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분야는 실은 굉장히 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무언가가 ‘왜 그렇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탐구한다는 것. 예술적 메시지들과 만물의 구성 원리를 탐구하는 과학은 단순히 세상을 ‘본다’

2023년 7월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의 종식을 선포했다. 지구를 위협하던 기후위기가 해결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제는 지구가 데워지는 것을 넘어 불타오르는 ‘지구가열화’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다. 모든 생명이 공존할 수 있고 기후정의와 젠더정의가 실현된 지구, 그런 지구를 만들기 위해 저자들이 제시하는 획기적인 전환책은 바로 에코페미니즘이다. 이 책은 한국의 전환 담론장에 아직 낯선 에코페미니즘을 소개하는 입문서이자, 내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지금, 여기’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천 안내서로, 기후우울증에

20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조르조 파리시의 첫 에세이. 이 책은 그가 1966년 로마 사피엔차 대학교에 입학 후 68혁명의 한복판에서 맛보았던 격변의 기억, 수수께끼 같은 상전이 현상에 쏟았던 관심, 스핀 유리를 분석하는 복제 기법 아이디어를 탄생시켰던 과정에 대한 고찰, 25세의 나이에 노벨상을 코앞에서 놓쳤던 경험, 그렇지만 결국 노벨상 수상자로 우뚝 서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담은 8편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을 실험실에서 현실 세계로 가져오며 흥분 넘치는 발견의 여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무질서와 질서 사이에서조

청소년문학 작가 최양선의 신작이다. 최양선 작가는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 『지도에 없는 마을』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청소년문학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가운데 한 명이 되었다. 비극적인 참사로 인한 상실 앞에서 슬픔을 넘어, 무력해지는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책이다. 그러나 그 위로는 막무가내가 아니다.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아파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슬픔을 이겨내는 것은 바로 다음 순서라는 얘기다. 애도할 시간도 없이 투사가 되어야 하는 남겨진 이들에게 있어 ‘슬퍼해도 된다’고 말하는 이야기만큼 힘찬 위로는 없을 것이다

최근 동물권과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이 늘어나며 비건 식생활이나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 가해지는 악영향이 그에 못지않음에도 우리의 의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껏 자주 다뤄지지 않았다. 이 책은 이와 비슷한 갈증을 느끼며 실천의 방도를 찾던 독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패션업계 안팎의 현실에 대한 고발뿐 아니라 저자의 딜레마와 노하우도 두루 담겨 있어, 스타일과 환경 보호를 나란히 추구하려는 독자들이 거창한 결심이나 배경지식 없이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현직 교사인 『바보엄마』 최문정 작가의 리얼 교단 일기. 저자는 새내기 교사들의 죽음을 접한 뒤, 밀려드는 죄책감으로 잠들지 못했다. 선배 교사들이 먼저 나서서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었다면 후배 교사들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행복한 교실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 변해야만 한다고, 그 변화를 위해 이 글을 썼다. 이 책은 20년 넘게 교직에 종사해온 현직 교사의 자전적 고백이자, 교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아낸 현장 르포다.■ 선생님, 죽지 마세요최문정 지음 | 창해

입시 전문 학원 강사, 이제는 고등학교 교사가 됐다. '진상 학부모'를 고발하는 것도 아닌, 사제 간의 갈등을 다루는 것도 아니다. 교사의 입장에서 바라본 교육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이 담긴 책이다. 공부와 배움이 무엇인지, 사교육과 공교육을 두루 경험한 작가는 선생님의 위치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자신의 '업'에 대해 교사만큼 골몰해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가해자, 때로는 피해자로 타자화되는 뉴스 속의 교사의 목소리가 아닌, 공부와 학문에 관한 인문학적 탐구에 대해 말하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어

상해보험, 화재보험, 실비보험 등 우리의 몸과 재산을 지켜주는 보험은 있는데 마음을 지켜주는 보험은 왜 없을까? 이별 후 마음을 돌봐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는 보험이 있다. ‘해피맘 산후조리원’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네 명의 엄마는 이별 앞에서 자식을 지켜주기 위해 ‘BU 케어 보험’에 가입한다. 이십여 년이 흐르고 각자의 만남에서 이별을 겪게 된 아이들의 곁에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엄마들은 ‘BU 케어 서비스’를 신청하고 이내 ‘이별 상담 전문가’인 나 대리, 안 사원을 만나게 된다. 나 대리와 안 사원

조해진의 글은 한결같다. 커다란 상실의 슬픔 속에서도 또 다른 아픈 이를 향해 곁을 내어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어딘가로부터 결핍이 있고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사는 인물이지만, 누군가를 돌보려는 마음이 있다. 책은 췌장암 선고를 받은 엄마와 사별한 뒤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그렸다. 엄마가 떠났다는 사실조차 실감할 수 없고, 자신을 향한 걱정이 때론 외로움으로 내몬다. 하지만, ‘아직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동생 미연, 미용실 혜란 아주머니, 이웃집 노파, 강아지

제 10회 네오픽션상 우수상 수상작. 타로와 사주를 봐주는 점쟁이들과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들이 모여 사는 사주 골목. 그곳에서 돈도 제일 많이 벌고 인심도 후하다며 사주 골목 사람들끼리 엄지를 치켜세우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신당 ‘명당’의 주인, 채명이었다. 퇴마 의뢰가 들어왔다 하면 검은색 외제 승용차가 데리러 오는 것은 예삿일이며 의뢰가 끝나면 사주 골목 사람들에게 거하게 한턱을 쏘니 채명은 자연스럽게 유능한 퇴마사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하지만 채명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사실 그는 인간 고객이 아닌 귀신 고객을 받고 있었는

정치사상을 일목요연하게 흐름에 따라 정리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이다.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부터 현대의 세계인권선언까지, 서양의 정치사상을 통시적으로 명료하게 정리했다. 그러나 단순한 나열의 고전과는 다르다. 사상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해석과 현실의 대응 및 접근법 등을 모색하며 역동적인 고전 탐구의 세계로 이끈다. 특히, 서로 다른 사상가를 비교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성급한 인식 정립을 방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오늘의 문제들을 관통하는 정치사상의 잠재력을 경험할 수 있다.■ 정치사상사마르쿠스 앙케 지음 | 나종석 옮김 | 북캠퍼스

단 몇 초면 온갖 자극적인 소식과 마주하는 오늘날, 좀처럼 어디 하나 집중하기 쉽지 않다. 책은 모든 게 신속하고 재빠르게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생각만큼은 쉽게 하지 말고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꼭 공자나 칸트처럼 유명한 철학자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구분되는 점은, ‘생각하기’의 어려움을 감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거나 끌어다 쓰면 된다. 일하면서 보고 들은 스펙터클, 혹은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미지의 무언가. 눈앞에 나를 거슬리게 하는 빵 부스러기까지 모든 것이 빅뱅의 시작점이 된다. 저자는

이 책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최연소 강원도지사를 역임하며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온 이광재 제35대 국회 사무총장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건네는 뜨거운 밥 한 끼 같은 책이자, 10가지 음식에 깃든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에세이 형태로 맛있게 풀어낸 책이다. 새우 라면으로 시작해 열무김치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인간 이광재가 그동안 걸어온 (정치적) 인생의 여로를 발견할 수 있다. 음식에 깃든 그의 인생을 함께 걷다 보면 음식을 만들 때처럼 여러 재료가 모여 각각의 맛을 내는 모습(개별성/다양성)과 그 각각의 맛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죽는다면 어떻게 될까? 하루하루 치열한 삶의 무게와 매 순간 살아 있음을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질문은 어쩌면 쓸데없는 상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죽음을 향해 간다는 점에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하루아침에 삶이 끝난 성공한 변호사 월리스를 통해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판타지 소설이다. 심장이 멈춘 후에도 우리 존재는 사라지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눈부신 메시지를 던진다. 각자가 마주했던, 직면한, 그리고

‘매일 날아서 학교에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과학 정보에 유쾌함까지 담은 초등 대상 과학 서적이 나왔다. 책에서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웨어러블 컴퓨터’로 쉽게 말해 입을 수 있는 컴퓨터를 말한다. 웨어러블 로봇이 실제로 개발되는 등 미래 기술로만 여겨졌던 분야가 현실로 성큼 다가온 만큼, 이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친절히 설명한다. 하늘을 나는 비행 슈트는 물론 절대 타지 않는 방화복, 투명 망토까지… 아이들의 눈을 번쩍 뜨게 할 예시들을 통해 흥미롭게 다룬다.■ 비행 슈트장예진 지음

, , , 등 스튜디오 지브리를 대표하는 무수한 명작의 음악감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현대 클래식 음악가 히사이시 조와 뇌과학의 권위자이자 해부학자인 요로 다케시의 대담집. ‘인간은 왜 음악을 만들고 예술과 감각은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큰 주제 안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논의는 음악을 비롯한 예술, 과학, 철학, 사회학, 인문학, 곤충의 생태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읽는 이에게 풍성한 지적 자극을 선사한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히사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