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설 쓰면서 눈물 많이 흘렸죠"
[인터뷰] "소설 쓰면서 눈물 많이 흘렸죠"
  • 독서신문
  • 승인 2009.04.0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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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언덕』의 차인표
▲     ©독서신문

 
차인표. 그는 사람을 두 번 울렸다. 한 번은 그의 책을 통해, 또 한 번은 인터뷰를 통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자는 개인적으로 눈동자를 더욱 동그랗고 커다랗게 보이도록 도와주는 일명 ‘서클렌즈’라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마치 어린 시절 짝꿍과 다투고 난 뒤 울퉁불퉁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나무의 결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나무책상에 “너 절대 여기 넘어 오지 마”라는 말과 함께 끝이 서린 칼로 매정하게 금을 긋듯, 흰자와 검은자를 날카롭도록 매정하게 경계선을 그어버리는 서클렌즈가 원망스러워서 일게다. 사람이라는 ‘인격’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때 실질적으로 단어를 토해내는 입의 역할만큼 중요한 것이 감정을 토해내는 눈빛이다. 하지만 서클렌즈는 눈이 감정을 토해내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쳐버린다. 조화(造花) 같은 완벽한 모습으로 똘망똘망하게 치장하지만, 결국 그 검은 인조 막에 뒤덮여 밖으로 표출되지 못한 감정은 눈물샘이 막혀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샘물이’처럼 안으로, 안으로만 사그라진다. “당신에게 상처받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하며 검은 막으로 자신의 내밀한 진심을 덮어버린 뒤 상처받지 않을 부분만 드러내는 사람들. 이 서클렌즈는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너무나 유용한 용품인지도 모르겠다.
 
누가 이 검은 막을 벗겨낼 수 있을까. 해와 바람이 지나가는 나그네의 겉옷을 벗기고자 경쟁했지만 결국 그의 겉옷을 벗길 수 있던 것은 매서운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햇볕이었던 것처럼 차인표는 참 따스한 ‘볕’같은 사람이었다.
 
 
 
- 사인을 정말 한 분 한 분 정성스럽게 해주시던데요. (인터뷰는 그의 사인회가 끝난 후 진행됐다)

독자 분들께서 멀리 지방에서 오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일본에서 일부러 오시기도 하고… 저를 만나기 위해 와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안할 수가 없어요.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죠
 
 
- 소설의 처음부터 마지막을 이야기 했으면 좋겠습니다. 배경부터 여쭙고 싶은데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위안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올라온 것은 중일전쟁 이후예요. 1937년에 발발한 중일전쟁을 계기로 위안부 문제가 본격화 됐는데 그렇다면 소설의 배경은 최소한 1937년 이상이 돼야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호랑이가 멸종된 시기가 1920년대 후반이라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호랑이가 발견된 것이 1920년대 말이라면 아무리 타협을 해도 10년의 공백이 생기는 거잖아요. 저는 마지막으로 발견이 안 된 호랑이도 있을 것이라고생각하고 이것을 소설적으로 풀어내게 된 거죠.
 
 
- 소설 전체적으로 흐르는 키워드가 ‘용서’인데, ‘용서’를 키워드로 잡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는 이 소설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용서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젊은 환자든 연로한 분이시든 세상과 이별할 때가 임박하신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가장 하고 싶으신 것이 무엇일까 하고 늘 생각했죠. 저는 그 분들이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용서라고 생각했어요.
용서를 구할 때에는 자신이 타인에게 지은 죄에 대해 단순히 겉으로만 ‘죄송하다’고 말하지 않고 그 사람을 헤아리는 깊은 진심이 담긴 마음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위안부 할머니들께 입에서만 도는 ‘죄송하다’는 말, 그것을 넘어선 진심이 담긴 용서를 빌어야 해요. 그래야 할머니들도 그들을 용서하시고 평안하게 가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용서’를 이야기 한 것 같아요.
 
 
- 그렇다면 차인표씨 스스로는 용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용서는 이런 것이다’라고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형상은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직 이것에 대답할 준비가 스스로 돼 있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사람의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품어주는 것이 진정한 용서라는 거예요. 우리는 삶을 살면서 때때로 누군가를 향해 ‘저 사람 정말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며 판단할 때가 있죠. 하지만 내가 그러한 판단을 내린 사람일 지라도 그 사람의 생명의 존엄성도 나와 동일하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영혼을 품어주는 그것이 진정으로 용서하는 길이자 사랑하는 길이고 생명을 존중하는 길인 것 같아요. 말이 너무 현학적으로 나오는데…(웃음) 결국 용서란 품는 거겠죠.
 
 
- 소설 중 샘물이의 막힌 눈물샘을 보며 아픔을 드러내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샘물이의 막힌 눈물샘과 이것을 뚫어주는 순이의 노력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사실 제가 순이를 통해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하나님이었어요.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가장 보잘 것 없고 고아 같은 우리를 하나님께서 품어주셨듯, 순이가 버려진 아이인 샘물이를 품는 모습을 통해 그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실 샘물이 그 어린것이 얼마나 아프겠어요. 저도 아이를 키우지만 아이들은 눈을 누르면 굉장히 아파해요. 아이는 도대체 왜 저 두 엄지손가락이 매일 내 눈에 다가오나 싶겠죠. 하지만 매일 세 번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눈물샘을 터주는 것은 샘물이에게 꼭 필요한 것이잖아요. 사실 순이도 샘물이의 눈을 누르면서 아파하는 아기를 보며 같이 울어요. 순이는 그런 존재예요.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사랑만 하며 살아가는…
 
 

▲     ©독서신문

 
- 엄마 잃은 새끼호랑이(육발이)와 용이는 결국 같은 모습을 지닌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이것은 결국 상처 입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모습인가요.

네, 맞아요. 소설을 쓰면서 호랑이를 용이랑 같다고 생각했어요. 소설을 보면 용이는 늘 ‘거대한 몸집에 육중한 몸매, 기골이 장대하다’는 수식어로 표현돼요. 이렇게 표현한 이유는 제가 늘 ‘우리 할아버지들이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용이는 일본의 군부대를 혼자 공격하죠. 그만큼 강력한 힘이 있고 강인해요. 만약 우리나라 남자들이 그랬다면 우리 할머니들이 그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용이의 그러한 강인함은 호랑이에서 모티브를 따온 거예요. 하지만 그토록 강인한 육발이 새끼도 엄마를 잃으니 약해져요. 누군가에게 어머니라는 존재가 없어지는 그때는 그가 어떤 사람이든 가장 불쌍한 순간이에요. 호랑이를 잡을 수 있는 만큼 강하다 해도 그 아이의 엄마가 없어지면 약해지더라는 거죠.
 
 
- 책을 집필하면서 많이 눈물을 흘리셨을 것 같던데, 결국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메시지라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네, 많이 울었죠. 그리고 이 소설을 통해 저 스스로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분명 있고,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갖기 원해요. 세상을 살다보면 이해 못할 아픔도 있고 용서할 수 없는 사람도 생기게 돼요. 한다고 열심히 했는데 순이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갈 때도 있고요.
 
 
- 책을 집필하시며 정신적으로 혹은 육체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과연 값어치가 있느냐’하는 그것과의 싸움이 가장 컸어요. ‘배우가 연기해야지 왜 책을 쓰고 있느냐’는 생각과 함께 마음속에서 하지 말라는 말이 계속 들리니까 많이 힘들었죠. 그리고 이 작업이 장기간 계속돼서 힘들더라고요. 일주일 소설 쓰다가 중국으로 촬영 들어가고, 그렇게 몇 달 못쓰고, 이것을 반복하니까 제가 제일 처음 훈 할머니를 보고 들었던 마음의 끈이 놓아지는 느낌이더라고요. 그 마음이 제 속에 꽉 차야지 글이 나오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이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그 마음 없이 글을 쓰게 되면 가짜가 나오게 되거든요. ‘가짜가 나왔구나’ 싶으며 썼던 것 다 지워버리고 다시 쓰고… 게다가 이 작업을 하면서 제 컴퓨터가 세 번이 바뀌었어요. 제 지금 컴퓨터를 보면 버전이랑 파일이 50-60개가 있어요. (웃음) 그렇게『잘가요 언덕』이 나오게 된 거죠.
 
 
- 집필 중 경험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제가 2002년도에 한 언론사에 부탁을 받고 편지를 하나 썼어요. 가정의 달에 부인한테 쓰는 편지였는데 사실 부인한테 편지 쓰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제가 쓴 편지가 인터넷에 많이 돌더라고요. 그때 한 출판 관계자 분께서 점심을 사주시면서 글 써 놓은 것 하나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드릴 글이 없어서 ‘호랑이 계곡의 전설’이라는 지금 출간된 이 책의 20~30장의 분량이 되는 초고 비슷한 것을 드렸어요. 후에 연락이 오기를 그 원고를 나중에 동화로 출판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 보시더라고요. 그때 저는 그것을 출판할 생각 자체가 없었던 터라 정중하게 거절했죠. 그런데 그로부터 7년 후 이렇게 책으로 발간이 됐네요. (웃음)
 
 
- 현재 우리사회의 엄마별은 누구 혹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하나님입니다.
 
 
-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하시나요.

사실 70~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은 굉장히 가난한 나라였죠. 그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이렇게 나라를 살려낸 거예요. 저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분들이 그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감사의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청소년들이 더욱 이 책을 읽고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분들이 그 어려운 시절을 살면서 얻어맞고, 징용가고 위안부로 끌려가고 하셨는데 그때 이 나라를 그냥 놓아버렸으면 우리는 없는 거예요. 또 우리 부모님들은 재봉틀 돌리고 신문 돌리며 이 나라를 일구셨죠. 우리가 지금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그분들이 계셨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금 우리 젊은 사람들은 너무 작은 것에 상처받고 쓰러지죠. 물론 다른 사람이 당사자가 겪는 문제에 대해 ‘크다, 작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저는 젊은 세대가 우리의 어른들을 생각하며 본받고 더욱 마음이 건강해졌으면 합니다. 사실, 그분들 중 어느 한 분도 “내 덕에 너희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지 않아요.
‘위안부’는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비극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는 그것이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범죄 중 가장 큰 범죄라고 생각해요. 사실 지금 일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은 이해할 수 없어요. 위안부 결의안을 상정해서 공식적으로 채택을 했다면 ‘기다 아니다’라는 어떤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 아무 결론도 없잖아요. 다시 말하면 그 처참한 일을 겪은 우리 할머니들 빨리 이 세상에서 없어지라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하려는 거죠. 이럴수록 우리 젊은이들은 더욱 이런 일에 대해 알아야 해요. 일본을 미워하자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바로 알자는 거예요. 위안부라는 그 특정 사건, 그 특정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사죄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 연기와 글쓰기는 매우 다른 분야인데요, 연기할 때와 달리 글을 쓰시면서 새롭게 배우시거나 느끼신 부분들이 있으신가요.

소설을 집필하면서 마치 천지창조를 하는 기분이었어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니까요. 집필이라는 것이 하얀 백지에 그 공간을 채우는 작업인데, 어떻게 보면 굉장히 막막하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그 막막함에서 오는 자유로움을 즐기게 되더군요.
 
 
- 차인표씨의 이번 작품은 ‘연예인이 출간한 책은 작품성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많이 허물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사실 그 부분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연예인으로서 책을 낸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대 남자로서 집필을 한 것이고요. 사실 연예인으로서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양날의 칼이에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처음 출판사를 선택하는 것은 쉬웠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처음 작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더군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낸 책이기에 무의식중에 읽기를 주저했다는 평을 보면서 ‘아 독자들의 평이 냉혹하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질문하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요즘 잦은 연예인들의 책 출간을 두고 ‘유명세를 등에 업은 무작위 출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세요.

그것은 제가 평가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책을 출간하는 연예인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한 가지는 출판과 동시에 독자들의 날카로운 판단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예요. 제가 글을 쓰고 독자들의 서평을 보니 우리나라 독자들 수준이 정말 대단하시더라고요. 굉장히 높아요. 진정성 없이 쓴 책이든 그렇지 않은 책이든 독자들께서 다 아시고 판단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연예인이 책을 내는 것을 비판 할 필요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 연기자 구혜선씨도 최근 소설을 출간하셨는데요, 구혜선 씨께 한마디 하신 다면요.

구혜선 씨가 책을 출간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칭찬해주고 싶어요. 젊은 친구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너무 기특해요. 연예인들이 시간이 많은 듯 하면서도 시간이 없고 그렇거든요. 그렇게 시간을 쪼개서 책 쓰고 창작한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닌데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사실 저희 때는 ‘얼굴이 잘생겼다’, ‘몸집이 크다’처럼 한 가지만 잘하면 됐는데 요즘 후배들은 정말 다재다능한 것 같아요.
 
 
- 이제 소설 출간과 함께 ‘작가’라는 타이틀이 더 추가되셨네요. ‘작가’라는 타이틀과 ‘연기자’라는 타이틀 중 어느 것이 더 좋으세요.

연기자죠. 제 본업은 연기자니까요. 그런데 이젠 남을 도우며 매일매일 제가 해야 할 일들을 하는 것이 저의 본업이 됐어요.
 
 
- 앞으로 다른 집필계획은 없으십니까.

제 독서버릇이 동시에 여러 권을 읽어요. 책 한권은 침대에, 또 한권은 책상에 두고 읽는데 그게 책을 쓸 때도 똑같이 적용되더라고요. 집필 할 때도 7~8개의 작품을 한 번에 쓰고 있어요. 그래서 나중에 하나가 당첨이 되면 계속 가겠죠. 장편은 완성 된 것 하나가 있는데 『하소연』이라는 소설이에요. 여러 사람이 나와서 자신이 경험한 일을 하소연 하는 내용이고요. 현재 단편은 써 놓은 것은 없어요.

 
차인표, 그 때문에 두 번을 울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이 번져나갔다. 그의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린 이유는 마음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공손한 경어체로 풀어나가는 그의 말투가 귓가에 쟁쟁거리며 그가 이 책을 집필하면서 느꼈을 감정의 무게가 책장을 넘기는 손과 글을 훑어가는 눈을 통해 고스란히 마음속 깊은 곳까지 쑥하고 느껴져 왔다. 이렇게 느껴진 아픔은 인터뷰를 통해 그의 목소리를 타고 귀의 외이와 내이를 거쳐 심장의 핏줄을 타고 안으로 안으로 더욱 깊이 파고 들어왔다. 그는 왜 다른 사람의 일을 제 일처럼 아파하는 것일까. 아니, 어떻게 그토록 제 일처럼 아파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의 눈물샘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진실한 눈물 한 방울은 모든 상처와 미움을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다른 사람의 눈에서 이토록 진실한 눈물을 흘리도록 하는, 그리고 자신의 눈에서 이러한 눈물을 흘리는 그가 그토록 강인하면서도 슬퍼 보이고 슬퍼 보이면서도 기뻐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그의 몸 안에 지금껏 흘린 눈물보다 더욱 많은 눈물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황정은 기자> chloe@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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