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플레이스] 느낌 있는 변신, 연희동·연남동

2017-02-15     이정윤 기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경의선 폐철길이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숲길로 외관을 싹 바꿨다. 옛 철길에 대한 기억과 흔적은 보존하되,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산책도 하고 자전거도 타며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그중 홍대입구역부터 가좌역을 지나는 연남동 구간은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라 불리며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경의선 숲길 연남동 구간을 중심으로 분위기 있는 카페와 음식점도 많이 들어섰다.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꼼마’와 ‘빵꼼마’에 들르면 조용히 책을 읽으며 건강한 빵을 먹을 수 있고, ‘더블핸드스테이크’에서는 한 손에 들고 간편하게 먹는 컵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 전각, 채끝, 갈비, 목등심, 랍스터 스테이크 중 채끝 스테이크가 가장 인기 메뉴다. 

경의선 숲길을 지나 연희동 방면으로 향하면 거리 곳곳에 감성적인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흑백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인화해주는 ‘연희동사진관’은 깔끔한 흰색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고, 팬케이크, 샌드위치, 빙수 등을 파는 브런치 카페 ‘뱅센느’는 하늘색 외관으로 차분한 동네의 분위기를 알린다. 예쁜 벽화가 그려진 카페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재미다.  

연희동과 연남동은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임이 분명하다. 발 디딜 틈 없이 번잡한 홍대입구보다는 한적하고, 감각적인 카페나 서점에 들러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최근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면서 이곳을 아지트로 생각했던 이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데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가게 주인들도 단골손님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어졌다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 카페 부어크

연희동 골목길에 자리한 ‘카페 부어크’도 최근 많은 이들이 찾으며 연일 대기 손님이 넘쳐나고 있다. 1일 만난 부어크의 김채정 사장은 “오픈하고 나면 계속 음식을 준비하느라 창밖을 볼 시간이 없다. 하루 종일 벽을 보다 끝나는 느낌이다.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는 게 재미있어 시작한 카페인데 요즘은 대화할 시간이 없다”며 행복한 고민을 말했다. 

‘카페 부어크’는 5년 전 작은 카페 스튜디오로 시작했다. 쿠킹 클래스, 팝업 다이닝, 여행 프로젝트, 빙수 프로젝트 등을 다양하게 운영해왔고, 지금은 베를린의 ‘카페 로머스’에서 영감을 받아 베를린 스타일로 새롭게 내부를 단장하고 손님들을 만나고 있다. 한 번에 7팀씩 입장하면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케이크와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이기도 한 김채정 사장은 시즌별로 다른 과일과 허브를 사용해 디저트를 만든다. 광고용 사진을 촬영할 때와 마찬가지로 정성껏 스타일링을 해 맛있고 예쁜 디저트 한 접시를 대접한다. 가을에는 무화과 당근 케이크와 단팥 크럼블이 대표 메뉴였고, 지금은 석류, 블루베리, 유기농 그래놀라가 토핑된 당근 케이크와 오디 크럼블이 준비돼 있다. 

또 다른 시그니처 메뉴는 ‘부어크림커피’다. 에스프레소와 초콜릿을 섞고 크림 위에 코코아 가루를 뿌려 달달한 맛을 자랑한다. 한편, 베를린의 감성을 담고 있는 ‘카페 부어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김채정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많이 알려졌으니, 파리나 포르투갈로 여행을 다녀온 뒤 색다른 모습으로 손님들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 밤의 서점

지난해 8월 말 문을 연 ‘밤의 서점’도 SNS로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다. 프랑스어 번역가인 ‘밤의 점장’과 광고 회사 출신 ‘폭풍의 점장’ 2명이 운영 중이고, 고등학교 동창인 두 사람이 심리 쪽에 관심이 많다 보니 “마음이 밤인 사람들에게 빛을 주자”는 생각으로 서점을 열게 됐다. 이름 때문에 밤에만 운영할 것이라는 오해도 사고 있지만, 낮부터 방문할 수 있다. 

서점 내부는 비밀의 방이나 동굴을 연상하게 한다.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에서 영감을 얻었고, 책이란 밤에 주로 읽는 자폐적 행위라는 생각에 깊이 침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책과 ‘블라인드 데이트’를 하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책은 봉투에 쌓여 있고 겉면에 적힌 여러 개의 문구를 통해 ‘안에 무슨 책이 있는 것인지’ 유추해볼 수 있다.  

‘밤의 서점’의 두 점장은 무슨 책을 살지 몰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부지런히 책을 읽어 ‘점장 추천 책’들을 진열해 놓는다. 1일 만난 남지영 점장(폭풍의 점장)은 조지 베일런트의 하버드대학교 인생성장보고서 『행복의 조건』을 추천했다. 책 옆에는 ‘책값이 너무 쌉니다. 우리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라는 추천 문구가 쓰여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북클럽도 열린다. 1월에는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로 북클럽을 진행했고, 오는 25일에는 C.S.루이스의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를 읽고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서점에는 주로 30대 초중반 여성 직장인들이 퇴근 후 많이 찾는다. 남지영 점장은 “남성분들 주저하지 말고 들어오세요. 따뜻한 차 한 잔 드시고 가세요”라고 말했다.